“은설 양, 잠시 실례하겠습니다.” 종한구는 아무도 없는 집의 문을 두드린다. 항구도시의 평범한 맨션이었다. 오랫동안 집을 비웠음에도 그 외관이나 정원은 따로 관리자를 둔 것처럼 말끔했다. 외벽이나 지붕에는 금 하나 가지 않았다. 페인트 벗겨진 구석도 없이 잘 관리된 집이었다. 누가 보기라도 하면 분명 정성어린 주인의 손을 탔을 거라고 생각할 만한 외양이다. 물론 집 주인이 살아있을 때는 그랬다. 이 집의 주인은 동방거리의 만장정에서 자주 외박을 했으나 집 청소만은 잊지 않았다. 그녀는 항상 만장정에서 일을 할 때마다 먼지털이를 들고 종한구에게 잔소리를 했다. 종한구, 청소는 천장에서 바닥 순으로 하라고 했잖아! 이렇게 해버리면 바닥 청소를 다시 해야 한다고! 양쪽 머리카락을 위로 올려 묶은 여자는 예쁘..